스몰 럭셔리에 대한 고찰

장기침체는 불확실한 미래와 스몰럭셔리를 낳았다. 우리는 불황의 시대를 살고 있다. 경기침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멀리 보면 IMF 이후, 외환위기, 고유가 시대 등 경기침체를 가속화 시키는 사태들은 꾸준히 발생해왔다. 그리하여 우리가 돌파구를 찾았는가 하면, 아니다. 장기침체는 취업하지 못 한 청춘과 일찍 퇴직한 장년들만 양산하고 있다. 또한 소득 불균형은 빈부격차를 불러일으켰다. 30대라면 의무처럼 품었던 단어인 ‘내집장만’은 지금…

영화의 고향

한 때는 시네마테크를 기웃거렸다. 난 정말 돼지국밥이 싫었다. 돼지고기를 끓이는 냄새가 역했다. 끈끈한 테이블에 팔을 올리면 살갗이 들러붙을 것만 같았다. 숟가락과 젓가락마저 찝찝했다. 깍두기의 위생 역시 의심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돼지국밥집에 갔다. 탑골공원의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벌어진 이 사이로 떨어지는 오래된 욕설을 들으며 밥을 먹었다. 선배 형은 다 먹었고, 나는 반만 먹었다. 우리는 현금 만원으로 계산을 하고,…

작가의 쉼터

작가들은 특이하다. 그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이다. 취향이 두드러지며, 공간을 선별할 때 자신의 세계에 입각한 곳을 선호한다. 작가들은 같은 공간에 모여 집단을 만들고, 정치적 논쟁을 하기도 하며, 커피향을 음미하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찰스 디킨스, 사르트르, 카프카 등 이들의 아지트라고 불렸던 곳을 탐방했다. 파리 르 돔, Le Dôme + 헨리 밀러 1889년 몽파르나스 지역에 처음 생긴…

캠핑의 노예

외국에서 온 여자와 함께 캠핑을 갔다. 중학교 동창을 만났다. 여자다. 한국에 들어와서 만났다. 동네에서 커피를 마셨다. 8년만에 만난 우리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살이 쪘고, 웃을 때 주름이 생겼다. 목소리도 변했다. 어른들의 목소리로 대화했다. 서로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묻고 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대화의 주제가 떨어졌지만 일어서고 싶지 않았다. 무릎이 의자가 된 것 같았다. “여행…

게임의 자유를 허하라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셧다운제가 도입된지 2년이 흘렀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부모의 양육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이어, 게임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청소년에게 선택의 자유는 없는 것일까? 필자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추억은 컴퓨터게임에서 시작한다. 방과후 실내화주머니를 든 친구들과 PC방으로 향했다. 주차된 차들로 빈틈없는 골목이나,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달리는 거리, 노는 형누나들이 밀집한 놀이터 보다…

노인을 위한 나라

실버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TV 예능 방송에 노인들이 출연했다. 꽃할배라고 불리는 65세 이상의 남자배우들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터인 방송계의 기발함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곧 이어 다른 방송국에서 60대 이상의 여자 배우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말의 황금시간대 예능방송들은 가족중심, 특히 노인중심으로 기획되고 있다. 가장 많은 시청 연령대가 60세 이상이니 당연한 현상일…

제주도를 읽다

새 봄에는 새로운 제주를 생각한다. 제주도에 대한 다섯 권의 시선. <제주 탐조일기>, 김은미 ․ 강창완 우리가 제주에 대해 아는 건 귤과 바람, 돌과 바다 정도다. 제주에는 우리가 모르는 새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새들만 관찰하는 탐조인들이 있다. <제주 탐조일기>는 새를 사랑하는 부부가 지은 책이다. 책의 시작은 아내인 김은미가 남편 강창완을 만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둘은 서로를…

LG전자 미니빔 PV150G

순수한 마음이었다. 그냥 여자친구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우리가 자주 가는 한강 공원에 그늘막 텐트를 치고, 미니 삼각대에 PV150G를 고정시켰다. 뭐 하냐고 투덜대면,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PV150G에는 3시간 사용가능한 배터리가 내장되어서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터다. 게다가 콜라캔 만큼 가볍고, 귀여운데다 리모컨도 있다.  여자친구가 호기심을 보이는 동안 나는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커플사진들을 편집해 만든 동영상을 다운받았다. 하지만…

가족사진을 만지는 법

필름 앞에서 우리는 긴장하고, 어색했다. 우리를 기대하게하고, 상상하게 만들던 것. 관찰과 사유의 기회를 주던 건 사진 뿐이었다. 가족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넥타이를 매만지고 계셨고, 한 살 많은 누나는 화장을 했다. 나는 삼각대를 세우고, 창문을 열어 거실에 빛을 들였다. 햇살이 누런 벽지에 반사됐다. 그 앞에 서면 얼굴이 조금 더 밝아 보일 것 같았다. 주방에서 오래된…

장수의 비결은 투자와 혁신

오래된 것이 낡은 것은 아니다. 100년이 넘은 기업도 신선할 수 있다. 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회사인 미쉐린의 나이는 올해로 126세다. 100년이 훌쩍 넘은 기업이지만 미쉐린의 행보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도전정신을 갖춘 기업 미쉐린이라는 이름을 못 들어봤어도, ‘머쉬멜론맨’이라고 부르는 흰색 눈덩이 같은 미쉐린 마스코트는 잘 알 것이다. 실제 이름은 ‘비벤덤’으로 영화에도 등장했고, 우리…